전통 기구물
우물 도르래
무거운 쪽으로 기울고, 똑같으면 꿈쩍도 않는다.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물건이
마흔 밤의 다리가 되기까지.
우물가에 있던 물건
도르래는 우리가 아는 가장 오래된 기계 중 하나입니다. 바퀴에 줄을 걸면 힘의 방향이 바뀝니다 — 위로 끌어올려야 할 것을 아래로 당겨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힘의 크기가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자기 체중을 아래로 싣는 쪽이 훨씬 편합니다. 우물가에 굵은 나무 바퀴 하나만 얹어 두어도 물 긷기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옛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던 그릇을 두레박이라 불렀습니다. 짚이나 나무, 뒤에는 함석으로 만든 통에 줄을 매어 내렸다가 끌어올리는 식입니다. 줄만 있는 우물도 많았고, 도르래를 걸어 둔 우물도 있었습니다. 두레박줄은 마을에서 흔한 말이어서, "두레박줄이 짧다" 같은 표현이 비유로도 쓰였습니다.
게임이 덧붙인 한 줄
게임의 도르래는 현실의 물건에서 한 발짝 더 나갑니다. 줄 양 끝에 두레박 대신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널판을 하나씩 달아 두었습니다. 규칙은 세 줄입니다.
- 무거운 쪽 널판이 내려가고, 가벼운 쪽이 올라갑니다.
- 양쪽 무게가 똑같으면 줄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 무게는 몸으로 셉니다 — 까치 하나, 여우 둘, 해태 셋, 여의주와 돌도 각각 몫이 있습니다.
두 번째 줄이 이 기구물의 전부입니다. 보통 퍼즐 게임에서 승강기는 누가 타면 움직이는 물건인데, 여기서는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는 밤이 많습니다. 스물다섯째 밤이 가장 또렷합니다 — 하늘의 외길이 도르래 널판이고, 해태가 올라서는 순간 제 무게에 가라앉습니다. 반대쪽 바닥 널판에 여우와 여의주를 얹어 줄을 얼려야 비로소 다리가 됩니다. 가장 힘센 자가 제 힘 때문에 갇히고, 가장 가벼운 것이 길을 만들어 주는 구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까치가 물고 있는 여의주는 저울에 얹힌 것이 아닙니다. 부리에 있는 것은 까치의 일부라 무게를 더하지 않고, 널판에 내려놓아야 셈에 들어갑니다. 이 한 줄을 모르면 열넷째 밤과 서른아홉째 밤에서 한참을 헤매게 됩니다.
도르래가 처음 나오는 곳은 셋째 밤, 마지막은 이무기의 턱까지 까치를 올려 보내는 서른넷째 밤입니다. 어느 널판도 사람을 가두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잘못 태웠으면 반대쪽에 아무나 올려 다시 되돌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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