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인물
이무기 — 용이 되지 못한 것
천 년을 기다렸으나 끝내 닿지 못한 것.
그래서 마지막 밤은 이기는 싸움이 아닙니다.
설화 속의 이무기
이무기는 아직 용이 되지 못한 큰 뱀입니다. 깊은 물이나 못에 오래 살면서 용이 될 날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전국에 전하고, 천 년을 채우면 승천한다는 식으로 기한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설화가 거의 언제나 향하는 결말은 실패입니다. 승천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보아 버리거나, 부정한 말을 듣거나, 여의주를 빼앗겨 물로 떨어집니다.
여의주는 용이 지닌다는 구슬로, 뜻대로 되게 하는 구슬이라는 이름 그대로 힘과 조화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이무기에게 여의주는 곧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무기 이야기는 괴물 이야기라기보다 오래 기다렸으나 끝내 닿지 못한 것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여우구슬 설화의 여우와 놀랄 만큼 닮아 있습니다 — 이 게임이 둘을 한자리에 세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임 속의 이무기
이무기는 서른넷째 밤 '새벽'에 단 한 번 나옵니다. 마흔 밤 중 유일하게 상대가 있는 밤이고, 유일하게 이야기의 결말이 걸린 밤입니다. 그런데 이 싸움은 이기는 싸움이 아닙니다.
공격 수단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이 이야기의 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는 천 년을 여의주 하나를 기다렸고, 세 신수가 마흔 밤 동안 물어 나른 것도 여의주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셋이 하는 일은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기다린 것을 그의 입에 올려 주는 일입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면 문이 열리고, 싸움은 끝납니다.
구조도 싸움이 아니라 퍼즐입니다. 그의 숨결에서 불을 훔쳐 화로 셋을 밝히고, 자격루가 벌어 준 열 초 안에 맷돌 널판으로 여우를 그의 선반에 보내고, 도르래로 까치를 그의 턱 높이까지 올립니다. 세 몸이 각자 한 막씩 맡고, 어느 막도 다른 몸으로는 대신할 수 없습니다. 마흔 밤이 가르친 것을 전부 한 번씩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가 떠난 뒤에야 산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마지막까지 이 게임에 죽음은 없고, 무너지는 길을 달려 나오는 그 장면이 유일하게 숨 가쁜 구간입니다. 설화 이야기에서 세 신수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함께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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