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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인물

구미호 — 구슬을 잃은 여우

해치려는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는 존재.
여우구슬 설화를 그렇게 읽으면 캐릭터 하나가 통째로 달라집니다.

달문 앞에 선 여우와 그 뒤의 해태 — 세 신수 게임 화면
게임 화면 속 구미호. 셋 중 가장 멀리, 가장 높이 뜁니다.

설화 속의 여우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 이야기는 동아시아에 두루 퍼져 있고, 한국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합니다. 오래 산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줄거리가 공통이고, 사람을 홀리는 쪽으로 이야기가 흐를 때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 설화의 여우에게는 간절함이 두드러집니다 — 해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어 애쓰다 번번이 실패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이 특히 기대고 있는 것은 여우구슬 계열의 이야기입니다. 여우가 입에 물고 다니는 구슬이 있고, 그것을 사람이 삼켜 버리면 사람 쪽이 무언가를 얻고 여우는 영영 그 자리에 남는다는 줄거리입니다. 구슬을 삼킨 뒤 하늘을 보았느냐 땅을 보았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달라진다는 대목이 붙기도 합니다. 핵심은 구슬이 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점입니다.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은 잃습니다.

게임 속의 구미호

게임의 구미호는 셋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멀리 뜁니다. 버튼을 길게 누르면 더 오래 떠 있고, 방향을 두 번 두드리면 몸을 앞으로 던져 돌을 밀어내거나 밤것을 쫓습니다. 화면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몸입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마흔 밤 중 단 하나도 끝내지 못합니다.

이것은 균형을 맞추다 생긴 결과가 아니라 설화에서 가져온 설정입니다. 앞서 나가는 재주와, 혼자서는 닿지 못하는 처지. 그 둘이 같은 몸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구미호가 등장하는 밤의 상당수에서 그는 던져지는 쪽입니다 — 디딜방아 위에 서서 기다리고, 도르래가 올려 주기를 기다리고, 맷돌 널판이 실어 주기를 기다립니다. 가장 잘 뛰는 자가 가장 자주 남의 힘에 실려 가는 구조인데, 저희는 이것이 여우구슬 이야기의 가장 정직한 번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게는 둘입니다. 까치 하나와 해태 셋 사이에 놓인 이 숫자가 많은 밤에서 결정적입니다. 열째 밤처럼 저울이 정확히 둘을 원하면 그건 여우 혼자만 낼 수 있는 값이고, 스물다섯째 밤처럼 그의 둘이 바닥에 묶여 평형추가 되는 밤도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에 남아 남의 다리를 잡아 주는 밤 — 그 밤이 이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몽실이의 앞선 짧은 이야기 게임 여우구슬은 이 설화를 그대로 다룬 작품이고, 숨은 밤의 제목도 거기서 왔습니다.

게임에서 직접 보기
구미호 까치 해태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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